태그 : 연애
2009/02/08   연애는 마음 가는대로 하자 [10]
연애는 마음 가는대로 하자
얼마즈음 되었을까. 생애 처음으로 여자 친구가 생겼다며 나에게 보고하고 이것저것 물어오던 C군이 깨졌다며 달랑 문자 한 통을 보내왔던 때가.. 그리고선 일주일 후 즈음 갑작스레 전화 한통이 걸려와, 한 다음 카페에서 우연찮게 만나서 공연을 본 여자 아이가 있는데 상당히 귀엽다고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한눈에 무척이나 맘에 들어한다는 표시가 드러나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보는 호감이 가냐는 질문에 잠시 주저주저하더니 '그렇긴 한데' 로 시작하는 약간의 자기 변명성 멘트가 이어진다. 주 요지는 아직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래도 괜찮겠냐는 정말 답답하고 쓸모 없는 고뇌에 다름없었다. 이에 지난번 여자친구를 싸이를 통해 보여줄 때도 좋아서 사귄다기 보다는 사귀니까 좋다는 정도지 않았냐며 그런건 신경쓰지 말고 너 마음이 정하는데로 가라고 강력히 밀어붙였다. 다 결정되어 있는 사항에 약간의 떠밀기를 첨가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잘 연락하면서 자주 만나는 듯 하다. 설 직전에는 그 아이와 신촌서 놀다가 차가 끊겨서 나에게 재워달라고 하던걸.

나 또한 그러했던 적이 있기에 C군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말 한심하고 자기 기만적인 행위에 다름없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나의 경우 첫 여자친구와 헤어진고 난 후 한 6개월 가량을 아무 여자도 만나지 않은 채 혼자 놀았다. 가끔씩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거나 하는? (웃음) 그렇다고 정말 그 애를 잊지 못해서 슬퍼한 후유증 때문이냐고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뭐라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헤어졌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또 안될 듯 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감정을 너무 무겁게 다루었던 듯 하다. 뭐 그덕에 당시 '내가' 공부를 안해서 망친 2학기 성적이 시험 기간 때마다 '헤어지자' '잠시 만나자'고 했던 그 아이의 탓으로 보일 수 있었지. 실은 여자 친구와 헤어짐과는 별 관계가 없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그러한 실연보다 지난번 포스팅 에 언급된 형, 누나들과의 헤어짐이 더 가슴 아팠었다. C군은 이러한 자기만족, 혹은 타인의 시선이 다소 신경 쓰이다 보니 망설였던 듯 하다.

연애는 결혼과는 다르다. 굳이 비유하자면 결혼은 법적으로 이 사람과 맺어졌다는 하나의 계약이지만, 연애는 단순한 약속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계약이 깨어졌을 때 어떠한 배상의 의무가 주어지는 반면 약속은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고 깨어진다 하더라도 어떠한 의무가 주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그 결합의 강도에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연애를 너무 가볍게 여겨서도 안되는 것이, 약속 자체가 애초에는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타인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갖는 상호 호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약속에서 그 기본 바탕이 깨진다면, 현재 사귀고 있다 할지라도 솔직하게 다른 이가 마음에 든다고 밝힌 후 다른 이와 사귄다 하여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껍데기만 남은 연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굳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고, '헤어진지 얼마 안됐는데..' 하며 당장 앞에 마음이 끌리는 이를 놓칠 필요도 없다. 연애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타인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뭐 결혼이야 한국의 실정 상 가문의 결합이 연관되다 보니 그러할 수 있으나 굳이 연애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듯 하다.

이러한 사상(?!) 탓인지 순정 만화를 좋아함에도 남자 친구를 빼앗아 갔다는 이유로 여자 주인공을 왕따시키는 한 무리의 집단이 나올 때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듯 여기저기가 근질거리곤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재미있는 순정 만화가 잘 나오지 않는 탓에 어떨런지 잘 모르겠지만(후훗).

蛇足 : 친구야 제발 너 마음 가는대로 그 애를 잡고 싶으면 잡고 고백하고프면 하고 그러렴. 시시콜콜 나에게 전화해서 이것저것 묻지 말고.. 나도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놈이란다. 그러니 뭘 알겠니 ;;

by 빌리밥 | 2009/02/08 01:06 | 뻘-여자생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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